“황제도 할 게 못 되네요.” 성현제는 장계가 쌓인 서궤를 앞에 두고 앉았고 한유진은 꿀에 푹 졸여낸 도라지 정과가 차려진 야참상을 앞에 두고 앉았다. 요 몇 주 동안 성현제를 따라다닌 한유진은 한 것도 없이 피곤함을 느꼈다. 황제는 그저 신하들을 부리며 유유자적 먹고 놀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먹고 노는 것은 자신이었다. 서투른 젓가락질로 정과 하나가 완전...
“...줄 겁니까, 양기?” “내가 그대에게 양기를 준다면, 그대는 무엇을 내줄 텐가?” “고귀하신 황제께서 나 같은 거한테 뭘 받아내려고 합니까? 딱히 줄 것도 없고만.” “도둑고양이가 따로 없군.”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대하던 것보다 더 자존심 상하는 소리인지 한유진의 표정이 확 구겨졌다. 즉각적인 반응을 즐기던 황제는 알았네, 알았네. 하며 빙긋거렸다....
바쁘신 황제께서 경연을 끝내고 오후 집무를 보는 사이, 하늘은 붉게 타오르다 서서히 다가오는 어둠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성현제의 명에 따라 수라상에는 양념하지 않은 닭의 살코기가 따로 올라왔다. 집무실에 있는 고양이를 데리고 오라는 말에 연화전의 가장 어린 지밀나인이 쪼르르 달려갔다. 그 작은 짐승을 한번이라도 꼭 품에 안아 보고 싶었는데 어제는 상궁마마님...
- 6월 27일 유진른 행사 원고 - 퇴고 X - 고전동양판타지 - 최종 회지는 성인물입니다. 시작은 작은 울음소리였다. 간밤에 내린 부슬비가 남겨둔 물방울에 맑은 햇살이 반짝거리는 오전, 황제의 뒤를 따라 걷던 궁녀 한 명이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이어 그 정체를 알아차린 내관이 서둘러 그것을 내쫒으려 발을 구르고 손을 내저었다. 검은 털 뭉치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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